한국이 벤치 멤버들끼리 맞붙은 일본과의 대결에서 패해 조 2위로 4강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향후 일정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국면이다.

한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순위결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수비진의 실책 등으로 2-6으로 패했다. 이번대회 일본전 2승 2패.
이로써 한국은 1조 2위로 4강에 올라 2조 1위인 베네수엘라와 22일 오전 10시 결승진출을 다투게 됐다. 2조에서 강호 미국을 10-6으로 꺾고 1위를 차지하는 등 빅리거 강타자들이 대거 포진한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돼 혈투가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홈팀 미국을 4강전에서 피하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게 2패, 푸에르토리코에게 1패 등3패를 당한 팀이지만 전원이 빅리거로 구성될 정도로 강팀이다. 베네수엘라에 못지 않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홈팀으로 보이지 않는 어드밴티지까지 등에 업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이런 미국이 4강전에서 일본을 만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한국이 베네수엘라와의 일전에서 승리하고 결승전에 오른다면 미국과 일본간 대결 승자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이번 대회도 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을 위한 '잔치 무대'로 여겨지고 있다. 1회 대회에서 한국과 멕시코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던 미국은 부담스런 한국, 일본, 쿠바를 피해 반대편으로 건너간 것은 물론 패자부활전을 도입하는 등 '야구 종가'로서의 면모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의 경제력에 기대해 일본 기업들의 스폰서를 대거 유치하고 중계권료도 비싸게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은근히 일본이 4강 이상에 오르기를 기대하며 대전표를 유리하게 편성해주는 등 수입원으로 일본을 활용했다.
그렇게 엮어 있던 미국과 일본이 4강전에서 만나게 됐으니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 셈이다. 둘 중 하나는 떨어져야 하는 운명으로 피튕기는 혈전이 예상된다. 1회 대회 때 미국은 2라운드에서 일본을 맞아 심판의 편파 판정까지 동원한 끝에 9회말에 터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간신히 승리한 바 있다.
이번 대회서도 미국은 안방에서 일본을 이기고 결승전에 오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선 상승세인 베네수엘라와의 일전도 부담스럽지만 미국보다는 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 일정도 2위가 1위보다 좋은 편이다. 2위는 22일 4강전을 치른 뒤 하루 쉬고 24일 결승전을 갖는 반면 1위는 23일과 24일 연달아 혈전을 치러야 한다.
김인식 감독은 "2위가 유리하다고? 그건 잘됐을 때 이야기"라며 한 발 빼고 있지만 20일 일본전서 대거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며 강하게 밀어부치지 않은 점은 '2위도 괜찮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